[신간/일본 미스터리 리뷰] 우타노 쇼고



작가: 우타노 쇼고(歌野晶午)
제목: 목 베는 섬의 하룻밤(首切り島の一夜)
영상독특한 추리소설이다. 의미심장한 제목, 갑작스러운 비밀을 털어놓는 첫번째 피해자, 태풍으로 고립된 외딴섬 등 신본격 미스터리의 클로즈드 서클 장르의 정석과도 같은 무대에서 살인이 벌어지지만, 모든 것이 공식을 벗어난다. 피해자는 제목처럼 목이 잘려서 죽지도 않고, 태풍은 하룻밤 지난 뒤 맑게 개면서 경찰들이 섬을 찾아온다.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회상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서 꼼꼼하지만, 딱히 지금 섬에서 벌어진 사건과 연관이 없다. 의미심장하지만, 의미심장할뿐이다. 그리고 범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칙처럼 드러난다. 그러나 그 진상 역시 분명하지 않다.
문고판 해설을 쓴 엔도 토시아키는 "동창회 매직을 해체하는 것과 같은 재미"가 이 소설에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엔 딱히 친하지도 않았던 동창과, 이 학교엔 딱히 감회도 없는 은사가 모여 그럼에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씩 균열을 보이는 이것은 분리된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진상에 도달하는 연작단편 형식의 본격 미스터리를 해체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단편 하나하나가 진상을 위한 부속품이 아닌, 각자의 인생이 담긴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듯 하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2022년 단행본 추천사에 "신본격이 없는 세계선의 21세기 본격"이라 했다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가 간다. 이 소설은 신본격스러운 배경을 하고 있지만, 신본격이 쌓아온 공식을 의도적으로 빗겨가고 있다. 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다. 작가가 노린 것도 이런 의미일까?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반전이고, 한바퀴 돌아서 참신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